소월시비 탐사(20230324,구덕문화공원)
소월시비를 찾아서, 구덕문화공원
‘꽃마을’로 올라가는 길엔 벚꽃이 만개하고, 공원입구엔 을숙도를 사랑한 어느 화가와 어느 다인(茶人)에게 바치는 추모비가 서있었다. ‘명상의 숲’엔 편백나무 향이 가득했는데, 길 중간에 진달래꽃 군락지가 바위를 안고 연분홍으로 피어있어 반가웠다. 다들 어린 아이마냥 즐거워하며 카메라를 눌러댄다. 정성껏 조성한 둥근 바윗돌에 ‘가는 길’이 새겨진 소월시비(詩碑)는 이 편백나무 숲을 지나 꽤나 높은 쪽에, 원예암석원으로 가는 골짜기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오르내리며 찾아보아도 구자룡 선생님이 주신 시비 자료 속에 들어있는 다른 2편의 시, ‘진달래꽃’ ‘산유화’는 구덕 공원에서 발견할 수 없었다. 공원관리소에 가서 물어봐도 “글세, 잘 모르겠네요”라는 대답 뿐이다. 관리소에서 내어주는 공원지도에도 시비에 대해선 아무런 표시가 없고, 곳곳에 선 입간판에도 아무런 표식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문화선진국의 길은 여전히 멀지않나 싶다. 회원 중의 한 분이 “저 아래에 있는 대신공원에 소월시가 있던 걸 본 적이 있다”고 하시길래 거기로 가봤다. 그런데 거기에도 소월시비는 없었다. 원래 있었는데 사라졌거나 기억이 잘못 되었나 보다. 취재를 따라온 국제신문 영상팀과 대신공원의 울창한 수풀을 배경으로 오늘 탐방활동의 의미에 대해 간단히 인터뷰를 하고, 안명석 회원의 오래된 단골집이라는 숯불돼지갈비 집으로 차로 10여분 이동하여 거기서 10여 명의 우리 국제소월협회 회원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자신의 동네라며 안명석 회원(폭발전문가, 공학박사)께서 밥값을 모두 계산하셨다. 바로 옆의 커피 집으로 이동하여 차 한잔 나누며 오늘 행사를 마무리하였는데, 커피 가게 주인인 히로세 유이치(고대 한일교류사 연구자, 고고학박사) 씨가 소월시인의 ‘초혼’을 일본어로 두 차례 낭독하여 우리의 감동이 배가되었다. 일본어 번역본으로 전해지는 느낌이 어떠한지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외로워요”라고 히로세 씨가 말씀하셨다. 그리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어서 “따뜻해요”한다. “역시 우리의 소월은 인류 보편의 선한 감정을 노래한 세계 시인이구나” 하는 확신을 히로세 선생의 그 짧은 시평에서 다시금 느낀다. 윤동주 시를 사랑하는 일본인 모임이 있다고 들었는데, 소월시 애호모임도 일본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해안에서 폭침당하여 억울하게 숨져간 한인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유해를 봉환하러 다음달 초에 일본으로 떠나는 안명석 회원과 그런 이야기를 두런두런 주고받으며 오늘 탐사활동을 마쳤다.